2021년 1/4분기 회고: 글럼프 탈출이 시급하다

  • 최근 글또에서의 제 상태를 글럼프 [글 + 슬럼프]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번 포스팅은 제가 왜 글럼프에 빠졌는지 이유들을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액션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입니다.
  • 또한, 제 근황도 알리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글럼프, 그게 뭔데

글럼프를 정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글럼프라는 말은 제가 지은 말이기 때문에 스스로 신박하다 생각했는데 구글링을 해보니 또 한 분이 "글럼프"라는 말을 썼네요 ([link]). 마치 인스타그램에서 첫 해시 태그라 기대했었는데 다른 사람이 똑같은 해시 태그를 사용한 것을 발견한 느낌입니다.

아무튼 글럼프는 글을 잘 쓰지 못하고 슬럼프를 겪는 상태라 정의할 수 있고, 지금의 제 상태입니다. "다음 기수 때는 좀 쉴까?"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ㅜㅜ 이런 제 상태를 숨기기보단 만천하에 공개하고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지 <박제하자>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반성 및 회고 시간이 있어야 또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름의 회고성 글이기 때문에 주저리주저리 글이 써질 것 같습니다.


글럼프, 언제, 왜 발생하였는가.

글럼프, 언제인가!

정확하게 언제부터 글럼프가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글 쓰는게 부담스럽다"라고 느낀건 한참 일이 바쁠 때부터입니다. 이전 기수에서 글또에서 활동할 때는 거의 글쓰는게 전업일 정도로 어떤 주제를 공부해서 글을 쓸지 많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기수 때는 취업을 하게 되면서 이전에 비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한 2개월 전부터 일이 많아서 몸의 디폴트 상태가 "피곤"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글럼프가 시작되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지금은 많이 안 바쁜데도 글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왤까요?

글럼프, 왜 발생했는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글럼프가 최초로 발생하게 된 원인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과도한 일로 인한 쉬는 시간 부재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이 바쁘지 않은데도 글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자면 크게 세 가지입니다.

  • 공부거리의 고갈
  • 대체용 소재를 쓰는 것에 대한 지루함
  • 주말까지 미루는 게으름

이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부거리의 고갈


이번 기수에서 쓴 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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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과 같이 제가 이번 기수에서 글을 쓴 소재는 Implicit Feedback, 빅쿼리 및 SQL 쿼리, XGBoost, LightGBM과 같은 나무 모형, MAB 알고리즘, 인과관계 분석입니다. 이 소재들은 제가 이번 기수에 들어오기 전에 생각했던 주제들의 전부라 더 이상 “어떤 것을 공부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또한, 각각의 주제에 대해 모든 내용을 다뤘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해당 주제를 쓰기까지 기본적인 내용은 공부했기 때문에 나름의 목표를 달성한 셈입니다.

추가로 이번에 글을 쓰면서 남겨둔 두 소재가 있는데요.

  • Implicit Feedback에 대해 글을 썼을 땐 더 나아가 "추천 시스템 lightfm 이용 및 패키지 사용"을 쓰겠다고 하였고,
  • MAB 알고리즘에 대해 글을 썼을 떈 pymc3을 통해 MAB를 구현하고 주식 데이터에 적용하겠다고 마무리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주제들을 파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두 주제 모두 글을 완성하지 못한 채로 방치해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


둘째, 대체용 소재를 쓰는 것에 대한 지루함

자, 그래도 글또는 2주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글을 어찌되었든 써야 합니다. 충분한 공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기 싫다는 생각에 묵혀놨던 대체용 소재들을 끌어내서 글을 썼습니다. 그게 유용하게 쓰이는 SQL 상황별 쿼리 꿀팁 글에 해당합니다.

일을 하면서 적어놨던 메모를 바탕으로 이 글을 썼기 때문에 확실히 글을 쓰긴 수월했습니다. 단락만 잘 나눠주면 되고 큰 수고를 덜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점은 글을 쓰는 과정이 재밌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썼던 내용들은 제가 공부한걸 정리하는 차원에서 힘들지만 남는게 있고 뿌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에 쓴 글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 글 이후 2주가 지나 pass권을 세 번째로 사용하였는데 사실 이때도 대체용 소재로 SQL Index와 쿼리 튜닝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쓰면서 아는 내용을 굳이 정리해서 쓴다고 생각하니 재미없고, 쓰기 싫다는 마음에 결국 포기하고 pass권을 쓰게 되었습니다 ㅜㅜ.


셋째, 주말까지 미루는 게으름

주말에 쓰면 나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하루만에 쓸 수 있는 글"을 낸다는 점입니다. 제 기준에 하루만에 쓸 수 있는 글은 앞서 말씀드렸던 대체용 소재를 바탕으로 한 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대체용 소재를 쓰는 것에 대한 지루함으로 글럼프가 찾아오게 되죠.

또한 pass권을 자주 사용할 확률이 큽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평일에 잘 놀지는 않기 때문에 주말에 약속을 잡게 되고, 글쓰기보단 약속이 우선시되다 보니 주말까지 글쓰는 것을 미루게 되면 약속이 생겼을 때 자연스레 pass로 이어지죠.

지금까지 제 글럼프의 원인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제가 공부했던 인과관계로 그려보면 이렇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최초의 원인은 일이 바빠서, 피곤해서 글 쓸 시간이 부족했던 점입니다. 인과 관계가 심플하죠.

이에 비해 최근 들어 느끼는 글럼프는 이유도 다양하고 인과 관계도 약간 더 복잡해졌습니다.

  • 글 소재가 고갈되다 보니 대체용 소재를 쓰게 되고, 이에 깊은 지루함을 느껴 글럼프를 겪게 됩니다.
  • 또한, 주말까지 미루다보니 대체용 소재를 쓰고… 마찬가지로 글럼프로 이어지게 됩니다.

씁쓸하네요…


글럼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네. 이렇게 근황만 전하고 글이 끝나면 안됩니다. 어떻게 글럼프를 극복할지가 이 글의 **핵!심!**이죠.

여담이지만 예전에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보면 언어 모의고사에서 개요형 문제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구글링으로 마땅한 문제를 찾고 싶었으나 시대가 지나서일까요… 찾기 어렵네요ㅠㅠ). 제가 기억하기로 이 문제들은 어떤 주제에 대해 원인 및 결과, 문제점 및 해결 방법 등을 개요식으로 써놓고, 곳곳에 빈칸을 뚫어놓죠. 답을 찾는 방법은 원인에 맞는 결과, 문제점에 맞는 해결 방법을 짝짓기하여 푸는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제 글럼프에 대한 해결 방법도 짝짓기와 연관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제가 생각한 문제점에 대해 해결 방법을 짝짓기해보면 됩니다.

  • 공부거리의 고갈 → 새로운 공부거리를 찾자
  • 대체용 소재를 쓰는 것에 대한 지루함 → 잘 알고 있는 내용 (= 대체용 소재)에 대해 글쓰는 것을 지양하자
  • 주말까지의 미루는 게으름 → 평일에도 틈틈이 쓰자

자세히 액션 아이템에 대해 써봅시다.


첫째, 새로운 공부거리를 찾자


공부거리의 고갈에 대한 해결책은 공부거리를 찾으면 되는 일입니다.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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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격상 진득함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서 한 주제를 파고 나면 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큰 단점이긴 하지만, 한 주제에 질려 전전긍긍하면서 글또에 pass권을 쓰느니 새로운 주제로 환기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뤄둔 시리즈성 글 2개 (LightFM, MAB 활용편)은 “쓰고 싶을 때” 다시 찾으면 되고, 새로운 주제를 찾아 공부하고자 합니다. 제가 평소에 관심있게 본 분야를 최대한 많이 나열하고 재밌어 보이는 주제들을 차근차근 써보려 합니다.

  • 정규식 관련 공부: 정규식을 가끔 R이나 SQL에서 쓰고 싶은 경우가 있는데 항상 패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구글링에 의존하고 단기적으로 까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정리해두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로스 해킹 책 리뷰: 최근 글또에서 그로스 해킹에 대한 리뷰 글을 읽고 나서, 저도 관심을 갖게 되어 책을 사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읽어가면서 지표들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데 다 읽게 되면 이에 대한 리뷰도 하려 합니다.
  • 시계열 분석 책 리뷰: 일에 접하면 시계열의 난제에 항상 부딪히곤 합니다. 시즈널한 이슈와 주말/주중의 특성 등 고려해야 제대로 된 분석 결과를 낼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싶은 책은 올해 4월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실전 시계열 데이터 분석입니다.
  • CasualImpact 패키지 파기: 인과관계 분석 방법론은 정말 많지만 언제 어떤걸 쓸까에 대한 고민이 수반됩니다. 그중에 아직 제대로 모르는 방법론이 있다면 CausalImpact 입니다. 이전에 SlideShare에서 이민호 분석가님의 A/B 테스트를 적용하기 어려울 때, 이벤트 효과 추정하기 (2020-01-18 잔디콘) 발표를 보면서 CausalImpact 방법론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직접 적용해보고 어떨 때 쓸 수 있는지, 어떻게 쓰는지 등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 퀀트 투자 포트폴리오 공부: 최근 투자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R을 이용한 퀀트 투자 포트폴리오 만들기 깃헙 블로그를 참고해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도 좋을 듯 합니다. 남자친구와의 내기로 4월까지 다 공부하면 10만 원 상당의 선물이 걸려있는데… 과연 다 해낼 수 있을까요?

책을 리뷰하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 훑어봐야하기 때문에, 아마도 순서는 5→1→4→2→3이 될 듯 합니다. 또 없을까… 생각해봤는데 아직 생각나는건 이 정도네요. 틈틈이 공부하고 싶은 소재에 대해서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둘째, 대체용 소재에 대해 글 쓰는 것을 지양하자.

두 번째로 대체용 소재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지양할 필요가 있다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대체용 소재도 처음에 접한 내용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 어딘가에 (예컨대, Notion) 정리해두었던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다시 글을 쓰면 반복되는 업무라 생각이 들어 지겨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첫번째 해결 방안에서 여러 공부거리들을 최대한 글에 녹여내면 해결될 문제라 생각합니다.

다만 대체용 소재라도 글이 잘 정리가 안 되어 있는 상태라면 그걸 다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것 같네요!


셋째, 평일에도 틈틈이 쓰자


글쓰기 위한 환경은 다 구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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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부터 시작해서 이제 4개월 째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책상도 없고 맥북만 있었던 반면, 차츰차츰 책상, 키보드와 마우스, 모니터 등 사게 되면서 완전한 재택 세트를 구비하게 되었죠. 책상도 없을 땐 “글을 쓰면 뒷목이 뻐근해 글 쓰기 불편한 환경” 이어도 글을 꾸준히 썼던 반면 이제 그럴 핑계도 없습니다. 아주 글쓰기 좋은 환경이 되버렸죠 ㅋㅋㅋ

제가 앞서 글럼프라는 단어를 더 먼저 쓰신 분의 블로그를 언급했었는데, 이 분도 농담조로 글럼프가 오는 원인을 "배가 덜 고파서"라는 들었다는 얘기를 썼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 7과목씩 수업을 들었을 때 지금보다 글을 더 많이 썼다고 말씀하시는데,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싶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도 “배가 고픈 환경” (=글 쓰기 안 좋은 환경)에서는 어떻게든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고 했지만, 배가 덜 고프니 (=재택 세트를 구비하고 나니) 의지가 박약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앞서 말한 원인과 결부되어 계속 주말로 글쓰기를 미루고 주말에서야 파바박 글을 쓰니 좋은 퀄리티의 글을 많이 못 썼던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생각한 방안은 "밤 11시 전에 침대에 눕지 않기"입니다. 편도 1시간 30분씩 통근할 때보다 편안한 생활을 하다 보니 여가 시간도 더 많아졌는데 이를 잘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헬스를 하지만, 헬스 후엔 침대에 누워 핸드폰, 넷플릭스만 주구창창 보고 잠에 들곤 했죠…

이제 “밤 11시 전에 침대에 눕지 않기” 매일 글 쓰는 시간을 1시간 정도 분배하고, 그 외 여가 시간에는 운동, 책읽기, 주식 공부하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뭐 정 안 되면 또 하나의 내기를 걸면 좋을 것 같네요. (TMI. 저는 의지박약형이기 때문에 내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살찌는 음식 4개를 한 달간 먹지 않기 내기를 하고 있는 상태이죠 후후)


박제했으니 실천할 차례!

이제 이 글을 게시하면 저도 어쩔 수 없이 글을 잘 쓰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마치 인스타그램에서 운동 인증을 매일 하는 사람처럼 제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이라도)의 시선이 조금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어떠한 이유로, 어느 시기에 글럼프는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짐작이 듭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지고 반성 및 다짐을 하는 글을 쓰면 좋지 않을까요?


[link] 아캔두 ! 유캔두 ! 에브리원 캔 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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